0시작하기 전에 — 용어 16개
대리를 처음 공부할 때 어려운 것은 조문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셋이라는 사실입니다. 계약은 보통 두 사람이 맺는데 대리에서는 세 사람이 나오고, 그 셋 사이에 서로 다른 세 개의 관계가 겹칩니다. 누가 어느 관계에 서 있는지를 놓치면 조문을 정확히 외워도 선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절에서는 이 단원을 학습하기 위해 먼저 이해해야 할 용어 16개를 정리합니다.
0-1대리란 무엇인가 — 세 사람과 세 개의 관계
대리(代理) —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하고, 그 법률효과가 행위를 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직접 생기는 것입니다.
등장인물은 셋이고 이름이 각각 있습니다.
| 이름 | 누구인가 | 기출의 표기 |
|---|---|---|
| 본인(本人) | 대리를 시킨 사람. 계약의 효력을 받는 사람 | 甲 |
| 대리인(代理人) | 본인을 위하여 실제로 계약을 맺는 사람 | 乙 |
| 상대방(相對方) | 대리인과 계약을 맺는 사람 | 丙 |
민법에는 「대리」를 정의한 조문이 없습니다. 대신 제114조가 대리를 하면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를 정하고, 그 효과에서 대리가 무엇인지가 나옵니다.
「직접 본인에게」가 대리의 특징입니다. 乙이 丙과 매매계약을 맺었는데도 매도인이 되는 사람은 乙이 아니라 甲이고, 대금을 받을 권리와 소유권을 넘겨줄 의무도 甲에게 생깁니다. 乙은 계약을 맺어 준 사람일 뿐 계약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이 한 가지가 이 단원의 여러 문항에서 답을 정합니다.
제114조 제1항은 대리의 효과가 생기려면 두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① 그 권한 내에서 할 것 → 대리권이 있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 ②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할 것 → 누구를 위한 계약인지 밝혀야 한다
①이 1절과 2절의 물음이고, ②가 3절의 물음입니다.
세 사람 사이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관계가 있습니다.
- 甲과 乙 사이 — 甲이 乙에게 대리를 시키는 관계입니다. 계약이 아니라 甲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이루어집니다.
- 乙과 丙 사이 — 실제로 매매계약을 맺는 행위가 여기에서 일어납니다.
- 甲과 丙 사이 —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관계입니다. 제114조 제1항이 만들어 준 관계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를 뒤섞으면 답이 반대로 나옵니다. 乙이 계약을 맺었으니 계약의 효과도 乙에게 생긴다고 읽으면, 해제한 뒤 누가 대금을 돌려주어야 하는지도 손해배상을 누구에게 청구하는지도 둘 다 틀리게 됩니다. 3절에서 그 판정을 정리합니다.
0-2대리권과 수권행위 — 임의대리와 법정대리
대리권(代理權) — 대리인이 본인을 위하여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대리권이 없으면 대리인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그 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생기지 않습니다.
대리권이 생기는 길은 두 가지이고, 그 두 가지로 대리를 나눕니다.
| 종류 | 대리권이 어디에서 오나 | 예 |
|---|---|---|
| 임의대리(任意代理) | 본인이 준다 — 본인의 의사표시로 생긴다 | 부동산을 팔아 달라고 부탁받은 사람 |
| 법정대리(法定代理) | 법률이 정한다 —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다 | 미성년자의 친권자 · 성년후견인 |
수권행위(授權行爲) — 본인이 대리인에게 대리권을 주는 행위입니다. 임의대리에서만 문제됩니다. 법정대리의 대리권은 법률이 정하므로 수권행위가 없습니다.
수권행위는 계약이 아니라 본인 한 사람의 의사표시입니다. 乙이 승낙해야 대리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甲이 주면 생깁니다. 그래서 甲이 혼자 거두어들일 수도 있고, 그것이 1절에서 다루는 철회입니다.
이 단원의 조문은 임의대리를 전제로 놓고 있습니다. 34문항 가운데 법정대리가 나온 것은 복대리의 복임권(제122조)과 제126조의 기본대리권 2가지뿐이고, 나머지는 임의대리입니다.
0-3현명 — 누구를 위한 계약인지 밝히는 것
현명(顯名) — 대리인이 계약을 맺으면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름을 나타낸다」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현명이 필요한 이유는 상대방 때문입니다. 丙의 처지에서 보면 눈앞에 있는 사람은 乙 한 명뿐인데, 그 계약의 상대가 乙인지 甲인지에 따라 나중에 누구에게 대금을 청구할지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민법은 밝히지 않으면 대리가 아닌 것으로 정합니다.
밝히지 않으면 乙 자신이 계약당사자가 되고, 다만 丙이 대리인 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제114조 제1항으로 돌아가 甲에게 효력이 생깁니다. 무엇이 현명으로 인정되는지는 3절에서 다룹니다.
0-4대리권이 있는가 — 유권대리 · 무권대리 · 표현대리 · 복대리
이 단원의 나머지 용어는 대리권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나뉩니다. 네 가지의 관계를 먼저 정리해 두면 각 절이 무엇을 다루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용어 | 뜻 | 계약의 효력은 |
|---|---|---|
| 유권대리(有權代理) | 대리권이 있고 그 범위 안에서 한 대리 | 본인에게 생긴다(제114조) |
| 무권대리(無權代理) | 대리권 없이 한 대리 |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제130조) |
| 표현대리(表見代理) | 대리권은 없지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이 있고, 상대방이 그것을 믿을 만했던 경우 | 본인이 책임을 진다(제125조·제126조·제129조) |
| 복대리(複代理) | 대리인이 다시 대리인을 선임하여 대리하게 하는 것 | 대리권이 있으면 본인에게 생긴다 |
표현대리도 대리권이 없다는 점에서는 무권대리입니다. 대리권이 없는데도 본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므로 무권대리의 한 종류이고, 다만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 결론만 유권대리와 같아집니다. 판례도 「표현대리가 성립된다고 하여 무권대리의 성질이 유권대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봅니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6절에서 다시 확인합니다.
표현(表見)은 「나타내어 표현한다」가 아니라 「그렇게 보인다」는 뜻입니다. 한자가 見(볼 견)이고, 읽기만 「표현」으로 읽습니다.
0-5무권대리에서 셋이 하는 일 — 추인 · 최고 · 철회
5절 무권대리에서 甲·乙·丙이 각각 할 수 있는 일에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를 먼저 나누어 두어야 5절의 선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용어 | 누가 하나 | 무엇을 하는 것인가 | 조문 |
|---|---|---|---|
| 추인(追認) | 본인 甲 | 효력이 없던 대리행위를 뒤늦게 받아들여 자기에게 효력이 생기게 하는 것 | 제130조·제133조 |
| 최고(催告) | 상대방 丙 | 본인에게 추인할 것인지 답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 | 제131조 |
| 철회(撤回) | 상대방 丙 | 본인이 추인하기 전에 계약을 거두어들이는 것 | 제134조 |
「최고」는 「가장 높다」는 뜻의 최고(最高)가 아니라 재촉하여 알린다는 뜻입니다. 5절에서 「최고할 수 있다」는 「답을 재촉할 수 있다」로 읽으면 됩니다.
셋 가운데 추인과 철회는 법률행위이고 최고는 준법률행위입니다. 추인과 철회는 표시한 내용 그대로 계약이 유효가 되거나 무효로 확정되지만, 최고로 표시한 것은 「답해 달라」는 요구뿐이고 「답이 없으면 거절한 것으로 본다」는 효과는 제131조 후단이 붙여 준 것입니다. 제1단원 「법률행위 총론」에서 본 구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추인은 제1단원 「법률행위 총론」에서 배운 것과 이름이 같지만 효과가 다릅니다. 무권대리행위의 추인은 계약한 때로 소급하여 유효가 되고(제133조), 무효행위의 추인은 소급하지 않고 그때부터 새로운 법률행위가 됩니다(제139조). 이 단원에서 다루는 것은 앞쪽입니다.
선의와 악의도 제1단원에서 배운 그대로입니다. 선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악의는 아는 것이고 마음씨와 관계가 없습니다. 이 단원에서 「선의의 상대방」은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상대방을 가리킵니다.
0-6이 단원의 표기 — 甲·乙·丙과 사건번호
기출문제는 등장인물을 한자로 표기합니다. 甲·乙·丙·丁·戊를 순서대로 갑·을·병·정·무로 읽습니다. 우리말의 가·나·다·라·마에 해당하는 순번 기호이고,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시험지에 나오는 표기 그대로 씁니다.
이 단원 34문항 가운데 31문항의 발문에 「다툼이 있으면 판례에 따름」이 붙어 있습니다. 조문만 읽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고 판례가 그 결론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래 본문은 조문을 인용한 뒤 그 위에 판례가 무엇을 더했는지를 나누어 설명합니다.
판례를 인용할 때 붙는 사건번호(예: 93다39379)는 근거를 밝히려고 적은 것이고,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13개년 34문항의 발문과 선지 어디에도 사건번호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