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작하기 전에 — 용어 6개
계약의 성립을 정한 조문들은 짧고 문장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짧은 조문이 청약과 승낙이라는 용어로 되어 있어서, 두 용어의 뜻을 정확히 나누지 못하면 조문을 읽어도 어느 쪽 이야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절에서는 이 단원을 학습하기 위해 먼저 이해해야 할 용어 6개를 정리합니다.
0-1계약 — 두 개의 의사표시가 마주 보아야 합니다
계약은 서로 마주 보는 두 개의 의사표시가 내용에서 일치함으로써 성립하는 법률행위입니다. 한 사람이 「팔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이 「사겠다」고 할 때, 그 두 의사표시가 같은 물건과 같은 값을 가리키면 매매계약이 성립합니다.
여기서 먼저 한 의사표시를 청약, 뒤에 한 의사표시를 승낙이라고 부릅니다.
- 청약 — 상대방의 승낙만 있으면 곧바로 계약이 성립할 정도로 내용이 확정되어 있는 의사표시입니다. 무엇을 얼마에 사고팔지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인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 승낙 — 청약의 내용 그대로 계약을 맺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청약과 같은 내용이어야 하고, 반드시 그 청약을 한 사람을 상대로 해야 합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이 두 의사표시가 두 방향에서 일치해야 합니다.
| 무엇이 일치해야 하나 | 뜻 | 어긋난 예 |
|---|---|---|
| 객관적 합치 | 두 의사표시의 내용이 같아야 한다 | 5억원에 팔겠다는 청약에 5천만원에 사겠다는 승낙 |
| 주관적 합치 | 두 의사표시가 서로 상대방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 甲에게 한 청약에 제3자가 승낙 |
이 합치가 없으면 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이 어긋난다는 것을 모른 채 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무의식적 불합의라고 하는데, 합의한 것처럼 보여도 합치가 없으므로 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성립하지 않은 것과 성립했다가 없어지는 것은 다릅니다. 계약이 처음부터 생겨나지 않았으므로 취소할 대상 자체가 없습니다.
0-2청약의 유인 — 청약처럼 보이지만 청약이 아닙니다
청약의 유인은 상대방이 청약을 하도록 이끄는 표시입니다. 그 자체에는 계약을 성립시킬 힘이 없습니다.
둘의 차이는 계약이 성립하기까지 몇 단계가 남았는가입니다.
| 청약 | 청약의 유인 | |
|---|---|---|
| 내용이 확정되어 있는가 | 확정되어 있다 | 확정되어 있지 않다 |
| 상대방이 응하면 | 계약이 성립한다 | 그 응답이 비로소 청약이 된다 |
| 계약이 성립하기까지 | 승낙 1개 | 청약 1개 + 승낙 1개 |
가게 앞에 걸린 「전 품목 할인」 안내문은 무엇을 얼마에 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청약의 유인입니다. 손님이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는 것이 청약이고, 가게가 값을 받는 것이 승낙입니다.
0-3도달주의와 발신주의 — 언제를 기준으로 삼는가
의사표시는 보내는 시점과 닿는 시점이 다릅니다. 편지를 부친 날과 상대방이 받는 날 사이에 며칠이 걸립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를 법이 정해 두어야 합니다.
- 도달주의 —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닿은 때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 발신주의 — 의사표시를 보낸 때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민법의 원칙은 도달주의입니다.
「도달」은 상대방이 읽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대방이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이면 도달입니다. 우편함에 들어간 편지는 상대방이 뜯어보지 않았어도 도달한 것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나누어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의사표시의 효력이 생기는 때와 계약이 성립하는 때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 무엇을 정하는가 | 조문 | 무엇을 기준으로 |
|---|---|---|
| 청약이라는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 | 제111조 제1항 | 도달한 때 |
|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 | 제111조 제1항 | 도달한 때 |
| 격지자 사이의 계약 성립시기 | 제531조 | 승낙을 발송한 때 |
격지자란 의사표시가 오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이를 말합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격지자이고,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화자입니다.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시간 차이가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0-4이 단원의 표기 — 甲·乙과 사건번호
기출문제는 등장인물을 한자로 표기합니다. 甲·乙을 갑·을로 읽습니다. 우리말의 가·나·다에 해당하는 순번 기호이고,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시험지에 나오는 표기 그대로 씁니다.
이 단원 19문항 가운데 10문항의 발문에 「다툼이 있으면 판례에 따름」이 붙어 있습니다. 민법 전체로는 520문항 중 434문항(83%)이 이 표시를 달고 나오는데, 이 단원은 53%로 그보다 낮습니다. 1절에 해당하는 6문항에는 이 표시가 하나도 붙지 않았습니다. 조문을 정확히 읽는 것만으로 답이 나오는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판례를 인용할 때 붙는 사건번호(예: 99다40418)는 근거를 밝히려고 적은 것이고,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13개년 19문항의 발문과 선지 어디에도 사건번호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