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해제권은 언제 생기고 어떻게 행사하는가
0절에서 해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했습니다. 이 절에서 다루는 것은 그 앞 단계입니다.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무 때나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제하려면 먼저 해제할 권리가 있어야 하고, 그 권리를 정해진 방법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권리가 생기는 경우와 행사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1-1조문이 정한 것 — 해제권은 계약이나 법률에서 나옵니다
해제권이 어디에서 나오고 어떻게 행사하는지를 정한 조문은 제543조입니다.
제1항의 첫머리가 해제권이 나오는 곳을 두 가지로 정하고 있습니다.
해제권이 나오는 곳
① 계약에서 나온다
계약할 때 「이런 일이 생기면 해제할 수 있다」고 미리 약정해 둔 경우
= 약정해제권
② 법률의 규정에서 나온다
민법이 정한 사유가 생긴 경우
= 법정해제권 (채무불이행 — 제544조 · 제545조 · 제546조)- 약정해제권은 계약의 내용대로입니다. 당사자가 정한 사유가 생기면 해제할 수 있고, 채무불이행이 있었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도금까지 지급한 매수인이라도 약정한 해제사유가 생기면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약정해제권의 발생과 관계가 없습니다.
- 법정해제권은 민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사유를 다음 소절에서 봅니다.
제1항의 뒷부분은 행사 방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해제는 법원에 소송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해제한다고 알리면 되는 일방적 행위입니다. 행사 방법에 관해서는 이 절의 뒤에서 다시 살펴봅니다.
1-2조문이 정한 것 —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사유 3가지
민법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법정해제권이 생기는 사유를 세 조문으로 나누어 정하고 있습니다(매도인의 담보책임에 따른 해제는 제15단원 「매매·교환」에서 다룹니다). 세 조문을 구분하는 기준은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모습이고, 그 모습에 따라 최고가 필요한지가 달라집니다.
세 조문의 요건과 효과를 세우면 이렇습니다.
제544조 — 이행지체
요건
①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
②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할 것
③ 그 기간 안에 이행하지 않을 것
효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서
상대방이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②와 ③이 필요 없다
제545조 — 정기행위
요건
① 정해진 시기를 넘기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계약일 것
② 상대방이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않을 것
효과
최고를 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제546조 — 이행불능
요건
①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것
② 그것이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일 것
효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 최고에 관한 규정이 없다정기행위란 정해진 때를 넘기면 그 계약을 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계약입니다. 결혼식 날짜에 맞춘 예식장 대여나 특정한 날에 쓰려고 주문한 물건이 그렇습니다. 그런 계약은 시기를 넘기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제545조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게 정했습니다.
제546조는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를 요구합니다.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이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는 해제가 아니라 위험부담의 문제이고, 제13단원 「계약의 효력」에서 다루었습니다.
조문이 정하지 않고 남겨 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최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식입니다. 둘째, 제544조 단서의 「미리」가 이행기가 오기 전까지 포함하는지입니다. 셋째, 해제하려면 내 쪽의 채무도 이행제공을 해야 하는지입니다. 세 가지 모두 조문에 없고 판례가 채웠습니다.
1-3판례가 채운 것 — 최고가 필요한 경우와 필요 없는 경우
먼저 최고의 방식입니다. 제544조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라고만 정하고 있어서, 기간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은 최고가 유효한지가 다투어졌습니다. 판례는 최고에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최고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해제권이 생긴다고 봅니다(대법원 1994.
- 25. 선고 94다35930 판결).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고도
그 자체로 중도금 지급의 최고에 해당한다는 것이 같은 판결의 태도입니다.
다음은 제544조 단서의 「미리」가 어디까지인가입니다.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했다면 최고가 필요 없다는 것까지는 조문에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행기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해제할 수 있는지는 조문에 없습니다. 판례는 매도인이 중도금 수령을 거절하면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 의무의 이행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1821 판결).
여기까지를 한 표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 어떤 상태인가 | 최고가 필요한가 | 근거 |
|---|---|---|
| 이행지체 — 이행기를 넘겼다 | 필요하다 | 제544조 본문 |
| 이행거절 —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 필요 없다 | 제544조 단서 |
| 이행거절 + 이행기 전 — 이행기가 오기 전에 명백히 표시했다 | 필요 없다 — 이행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 판례 |
| 정기행위 — 시기를 넘겼다 | 필요 없다 | 제545조 |
| 이행불능 — 할 수 없게 되었다 | 필요 없다 | 제546조 |
최고가 필요 없다는 것과 해제의 의사표시가 필요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위 표의 「필요 없다」는 전부 최고에 관한 것이고, 해제의 의사표시는 다섯 경우 모두 필요합니다. 정기행위에서 시기를 넘겼다고 해서 계약이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제543조 제1항에 따라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그때 계약이 소멸합니다.
1-4판례가 채운 것 — 내 채무의 이행제공이 필요한가
매매처럼 두 사람이 서로 의무를 지는 계약에서는 한쪽만 먼저 이행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제하려 할 때 내 쪽의 채무를 먼저 제공해야 하는가가 문제됩니다. 조문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판례는 사유에 따라 결론을 나눕니다.
| 어떤 사유로 해제하는가 | 내 채무의 이행제공 | 왜 |
|---|---|---|
| 이행지체 | 필요하다 | 내가 제공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행하지 않아도 되므로 지체가 아니다 |
| 이행불능 | 필요 없다 | 상대방이 어차피 이행할 수 없으므로 내가 제공해도 소용이 없다 |
| 이행지체이지만 상대방이 이행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 필요 없다 | 위와 같은 이유 |
이행불능을 이유로 해제할 때 이행제공이 필요 없다는 것은 판례의 태도입니다.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어 매수인이 해제하는 경우, 잔대금지급의무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더라도 매수인은 대금의 이행제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22850 판결).
세 번째 경우도 판례가 만든 것입니다. 형식은 이행지체이지만 상대방이 상당한 기간 안에 채무를 이행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이행제공 없이도 상대방의 지체를 이유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명백한지는 계약을 해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7204 판결).
1-5판례가 채운 것 — 일부만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제546조는 「이행이 불능하게 된 때」라고만 정하고, 일부만 불가능해진 경우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판례는 이행이 가능한 나머지 부분만으로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계약 전부를 해제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96. 2. 9. 선고 94다57817 판결). 나머지 부분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 부분에 관한 계약은 그대로 남습니다.
1-6해제사유가 되지 않는 것 — 목적물의 가압류
가압류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미리 처분하지 못하게 해 두는 보전처분입니다. 나중에 강제집행을 하려고 그때까지 처분하지 못하게 막아 두는 것이고, 소유권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매도인 소유의 부동산에 매도인의 채권자가 가압류를 집행하면 매수인은 불안해집니다. 그러나 판례는 가압류가 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1999. 6. 11. 선고 99다11045 판결). 가압류가 되어 있어도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매도인의 계약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7조문이 정한 것 — 해제권을 행사하는 방법
해제사유가 생겨 해제권을 갖게 되었다면 그다음은 행사입니다. 행사 방법에 관해 조문이 정한 것은 두 가지이고, 시험은 두 가지 모두를 반복해서 묻습니다.
첫째, 해제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합니다(제543조 제2항). 상대방에게 도달해 효력이 생긴 뒤에는 마음을 바꾸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둘째, 당사자가 여러 명이면 전원이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을 해제권의 불가분성이라 합니다.
제547조 — 불가분성
제1항 — 행사의 불가분성
· 해제하는 쪽이 여럿이면 전원으로부터 하여야 한다
· 해제당하는 쪽이 여럿이면 전원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
· 1인에 대해서만 한 해제는 효력이 없다
제2항 — 소멸의 불가분성
· 1인에 대하여 해제권이 소멸하면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 제1항은 행사할 때의 규정이고 제2항은 소멸할 때의 규정입니다. 두 항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여러 명이 얽힌 계약이 일부만 없어지고 일부만 남는 상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 제1항을 「1인에 대하여 하더라도 효력이 있다」로 뒤집은 선지가 실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전원에 대하여 하지 않은 해제는 효력이 없습니다.
1-8판례가 채운 것 — 불가분성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제547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수인인 경우」라고만 정하고 있어서, 공유물을 여러 명이 함께 파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문제됩니다. 계약서는 한 장인데 파는 사람이 여럿이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각 공유자가 자기 지분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형식상 하나의 매매계약이더라도 실질은 지분별로 별개의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공유자 1인이 자기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만 해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다59745 판결).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가 이 판례의 경계입니다. 당사자들이 각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의무와 대금지급의무를 나눌 수 없는 것으로 정한 경우가 그것입니다. 그런 사정이 있으면 실질에서도 하나의 매매계약이므로 공유자 1인이 자기 지분만 해제할 수 없습니다. 같은 판결이 두 경우를 모두 판시하고 있습니다.
| 어떤 계약인가 | 결론 | 예외 |
|---|---|---|
| 당사자가 여러 명인 보통의 계약 | 전원으로부터 · 전원에 대하여 해야 한다 | — |
| 공유자들이 공유물을 함께 매도한 계약 | 실질은 지분별 계약이므로 1인이 자기 지분만 해제할 수 있다 | 두 의무를 나눌 수 없는 것으로 정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1인이 해제할 수 없다 |
1-9사례를 읽는 절차
이 단원의 문항 가운데 4문항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사례로 출제되었습니다. 사례형 문항은 아래 순서로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① 등장인물이 몇 명이고 각자 무엇인가 — 매도인 · 매수인 · 전득자 · 채권자 … ② 무슨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가 — 시간순으로 번호를 매긴다 ③ 지금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④ 그 요구가 되는지 안 되는지, 근거는 조문인가 판례인가
②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해제 사례에서 결론을 정하는 것은 순서입니다. 제3자가 이해관계를 맺은 것이 해제보다 먼저인지 나중인지, 최고가 해제보다 먼저 있었는지에 따라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결론이 달라집니다. 발문과 선지·보기의 「~한 후」가 그 표시입니다.
1-10사례로 확인하기 — 2022-68
[사실관계]
甲 = 매도인 · 乙 = 매수인 · 丙 = 乙에게서 X토지를 산 사람 ① 甲이 자기 X토지를 乙에게 매도했다 ② 甲이 乙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③ 변제기가 지났는데 乙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④ (보기 ㄷ) 그 후 乙이 X토지를 丙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⑤ (보기 ㄷ) 그 뒤에 甲이 乙을 상대로 매매계약을 해제했다
[관계도]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가]
| 누가 | 누구에게 | 무엇을 | 되는가 | 근거 |
|---|---|---|---|---|
| 甲 | 乙 | 최고 없이 하는 계약의 해제 | 안 된다 —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해야 한다 | 제544조 본문 |
| 甲 | 乙 | 최고한 뒤 그 기간이 지나서 하는 계약의 해제 | 된다 | 제544조 본문 |
| 甲 | 乙 | 해제한 뒤 X토지 소유권의 회복(보기 ㄴ — 丙이 없는 경우) | 된다 — 말소등기 없이 당연히 복귀한다 | 2절에서 볼 판례 |
| 甲 | 丙 | 해제를 이유로 한 丙 명의 등기의 말소 | 안 된다 — 丙은 보호되는 제3자다 | 제548조 제1항 단서 |
| 乙 | 甲 | 이미 지급한 대금이 있으면 그 반환 | 된다 | 제548조 제1항 본문 |
보기 ㄱ은 최고 없이 하는 해제와 최고한 뒤에 하는 해제를 구분하는 문제입니다. 乙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이행지체이고, 이행지체는 제544조 본문의 최고를 거쳐야 합니다. 변제기가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늦어지고 있는 것과 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은 서로 다른 상태입니다.
丙 명의 등기의 말소(보기 ㄷ)는 3절의 내용입니다. 丙은 해제되기 전에 그 계약을 기초로 등기까지 마쳤기 때문에 甲의 해제로도 소유권을 잃지 않습니다.
[선지 판정]
| 보기 | 무엇을 주장하나 | 위 표에서 무엇을 보나 | 옳은가 |
|---|---|---|---|
| ㄱ | 甲은 별도의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 | 최고 없는 해제 — 안 된다 | 틀렸다 |
| ㄴ | 해제하면 소유권은 등기와 무관하게 복귀한다 | 소유권의 회복 — 된다 | 옳다 |
| ㄷ | 甲이 해제하면 丙은 소유권을 상실한다 | 丙 명의 등기의 말소 — 안 된다 | 틀렸다 |
발문이 「틀린 것을 모두 고른 것은?」이므로 답은 ㄱ과 ㄷ입니다.
[한 칸이 바뀌면]
| 무엇이 바뀌면 |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나 | 근거 |
|---|---|---|
| 乙이 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표시했다면 | 甲은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 | 제544조 단서 |
| 乙이 이행기가 오기 전에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면 | 甲은 이행기를 기다리지 않고 해제할 수 있다 | §1-3에서 본 판례 |
| 甲이 乙에게 등기를 넘기기 전에 X토지를 丁에게 팔고 등기까지 넘겼다면 | 乙은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고 대금의 이행제공도 필요 없다 | 제546조 · §1-4에서 본 판례 |
| 丙이 甲의 해제 뒤 乙 명의 등기가 말소되기 전에 X토지를 사서 등기를 마쳤다면 | 丙은 해제 사실을 몰랐던 경우에만 보호된다 | §3-4에서 볼 판례 |
| 매도인이 X토지를 공유하는 두 사람이었다면 |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인이 자기 지분에 관한 계약만 해제할 수 있다 | §1-8에서 본 판례 |
| 매수인이 乙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었다면 | 甲은 두 사람 모두에게 해제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 제547조 제1항 |